누구나 비밀은 있다

영화보다 대굴대굴

누구나 비밀은 있다 :::

김승환 | 2004년 07월 29일
조회 3957

1. 1998년...

솔직히 97년인지, 98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어찌됐든 그 때부터 제가 지니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2004년인 지금까지 여전히 제게 있고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숨겨져 있어요. 처음에만 하더라도 전혀 비밀이 아니었던 그것은 요즘 제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2. 2001년 <번지점프를 하다>

이 영화, 묘한 사랑 얘기를 합니다. '소울메이트'란 소재를 들고 나와서 정말 운명적인 사랑을 스크린에 펼쳐 놓았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다음 세상에서라도 이루고 싶을 만큼 그들의 사랑은 절실했습니다. 그 사랑의 한 축에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있었구요.

3. 2004년 <누구나 비밀은 있다>

아주 도발적인 포스터네요. 한 남자를 가운데에 두고 세 여자가 그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뭐가 떠오르세요? 섹시? 황홀? 개인적으론 악마가 생각납니다. 세 여성을 거느리고 도도하게 사람들을 바라보는 악마가. 영화의 결과만 놓고 보면 대략 반쯤은 맞은 거 같아요. 수현(이병헌)이란 캐릭터는 악마 같은 캐릭터니까요. 능수능란하게 세 자매를 유혹하질 않나, 사랑에 대한 궤변을 늘어놓질 않나……. 하지만 수현으로 인해 진영(추상미), 선영(최지우), 미영(김효진)의 숨겨진 내면 또는 억눌린 욕구가 표출된다는 점에서 장난기 많고 악의 없는 악마성을 내부에 지닌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런 수현을 중심으로 영화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따로 나누어서 진행시킵니다. 그런데 그 풀어나가는 방식이 톱니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한 에피소드의 어떤 순간, 다른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다음 에피소드에서 확인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한 편입니다. 또한 최지우의 엉뚱함이 이 영화가 주는 웃음의 진수이긴 하지만 속내가 제각각인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 속에서 잘 조화되고 있습니다.

4. 추억은, 비밀은... 현재를 풍부하게 하는 활력소다

영화에 따르면 그렇다네요. 맞는 얘기에요. 괴로웠던 과거가, 감추고 싶은 진실이 종종 지금의 생활을 풍요롭고 활기 넘치게 해 주기도 하거든요. 제가 지닌 비밀이 색다른 감정을 안겨다주며 잠깐의 휴식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나 비밀은 있다> 역시 활력소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영화입니다. 캐릭터는 다들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갔고, 스토리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무엇보다 이병헌, 추상미, 최지우, 김효진은 자기 자리에 놓여있는 찻잔처럼 편안해 보여서 보기가 좋네요.

불만? 당연히 있습니다! 아무리 비밀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지만 사랑은 한 사람에게만 충실하도록 하자구요. 주변에서 배 아픈 사람들도 생각해줘야 하잖아요. 그리고 생활환경이 저랑은 너무 다릅니다. 어느 동네들 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