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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itation of Life


남한과 북한의 영화, 잘 될까? :::


양유창 | 2000년 11월 04일
조회 7359


때는 바야흐로 2000년 통일에 대한 미신이 밀물처럼 몰아치던 해다. 양철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줄기처럼 우둑둑하고 통일이 몰려왔다.

사실 오래전부터 떠도는 소문 중의 하나는, 남한의 옛 영화들이 김정일의 필름보관소에 보관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과 김정일의 영화편력이 대단해서 영화에서 만큼은 남북합작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겠느냐는 것.

전자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고 -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우리는 <아리랑> 등 그토록 고대하던 필름을 되찾을 지도 모른다. 몽매하던 우리 선조들이 배고픔에 못이겨 내다버렸던 그 낡은 프린트들을.. - 후자는 이제 막 사업이 진행되려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나는 딴지를 걸고프다. 과연 우리 통일사업이 잘 되어가고 있는걸까?

사실 난 이회창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없어져야 한국정치가 나아진다고 생각할 만큼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이회창이 한 말 중에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말이 하나 있다. 우리가 너무 주기만 하고 받아낸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

물론 그말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여서 노벨상 하나 건졌다고 조롱대는 한나라당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10억 달러나 되는 돈을 북한에 주었지만, 얻은 것은 별로 없다. 금강산 관광사업, 신의주와 개성 공업단지 정도와 정상적인 남북 대화라는 명분 정도랄까.

소떼를 몰고가던 현대그룹이 휘청거리고, 미국의 공격적 외교 앞에서 남한은 뺏어왔다고 생각했던 주도권을 다시 내주게 생겼다.

나는 이것이 이 나라의 외교관의 자질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공무원들이 대개 그렇겠지만, 수십년동안 철밥통을 차고 살아오면서 머리는 텅 비었고 갖고 있는 것은 권위의식 뿐이다.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는 권위의식. 계급조직인 공무원 사회가 개혁되어야 대외적인 활약상 역시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비합리적인 것은 그중에서도 외교통상부가 으뜸이다. 자질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목에 힘준 강도와 앉은 자리로 평가받는 사회. 윗사람의 말씀이랍시고 열중 쉬어 부동자세로 듣는 사회. 이러니 당연히 외국과의 협상에서 번번히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쪽에서 목에 힘주던 권위의식은 외국의 실리적 외교와 부딪혔을 때, 아무런 실리도 얻어내지 못하고 그저 말도 안되는 명분만 챙겨온다. 우리 외무부는 일본과의 어업협상에서도 그랬고, 중국과의 대만문제, 달라이 라마 문제에서도 그랬고, 미국과의 SOFA 문제에 대해서도 그랬으며,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그랬다.

미국주재 한국 대사는 말도 안되는 친미정책과 사대주의 발언을 했고, 이정빈 외통부 장관은 사석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방장관의 가슴 풍만함과 방청객 여성들의 팬티에 대해 떠들고 다닌다. 그런가하면 세계 어떤 선진국의 한국 대사관에서도 우리는 정당한 국민으로서의 대접을 기대받지 못한다. 단지 우리의 국력이 뒤지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팔할은 그들 외교관들이 무능력한 탓이다.

외무고시를 거쳐 한방에 고위공직자 외교관이 된 사람들. 밑에서부터 갖은 아양을 떨면서 승진한 권위의식의 종속자들. 그런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는 한, 한국 외교의 앞날은 어둡다.

북한과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식량지원, 컴퓨터지원, 자금지원 등을 하면서도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외교를 하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누가 보아도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주변 국가들을 흔들어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정부의 통일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다만, 모든 사항에 대해 좀더 확실하게, 투명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식량문제와 전체주의, 그리고 김정일의 호쾌함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게 다다. 정작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정말 중요한 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고, 북한이 비밀에 부치고 있다면, 그걸 요구하자. 우리가 그들을 도우려면,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무작정 이러이러하니까 도와줘야겠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최근 이회창 총재는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의 연합-연방제 통일론을 모두 반대하고 흡수통일을 지지한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무조건 딴지를 걸려는 정략적 발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쨌든 어떤 방식이든 그게 대체 왜 중요한가? 이혼한 부부가 다시 재결합하려면, 서로 안맞았던 부분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된다. 한쪽이 쫄딱 망해서 다시 받아달라고 애원한다면, 과연 그 관계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서로 조금씩 자신을 알려주고, 마음을 열고, 선물이 오고가고, 정이 오고가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면 우리는 다시 재혼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신뢰성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정책을 밀고 가야 한다. 권위의식과 재물욕심에 똘똘 뭉쳐 있는 사람들은 일을 그르치기 쉽상이다.

내년에는 남북한 합작영화가 기획된다고 한다. 지금 남한의 영화만들기는 70% 헐리우드의 스타일에 의존하고 있고, 나머지 25%는 유럽과 일본, 중국의 스타일, 그리고 5%는 게릴라식 독립영화들이다. 이에 비해 북한의 영화만들기는 그 역사 내내 정치와 관련이 있어 왔다. 이런 것들이 과연 잘 융합될 수 있을까? 다른 공장산업과 마찬가지로 영화합작사업도 남한이 머리 굴리고 북한이 단지 노동력만 지원하는 차원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뭔가 남북한의 주민이 동시에 보기에 적당한 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당장은 한국 고전에서 가져오겠지만, 언젠가 지금 우리네 삶을 그려도 이해될만한 적당한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런 소재들을 찾자. 영화 속에 인생이 담기는 날, 통일이 목전에 와 있을 것이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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