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폐지된 '전원일기'란 드라마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농촌드라마가 있습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1990년에 그 첫발을 내디딘 후로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사람들에게 선보입니다. 우리네 농촌의 모습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들에게선 생업과 땅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지죠. 비록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고향에 자리 잡고서 땅을 일군다는 자존심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고집과 마음 씀씀이의 넉넉함을 보고 있으면 그들은 진정한 보통 사람이면서 동시에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2. 2003년 <굿바이 레닌>
거짓말을 본격적인 소재로 한 영화들이 몇몇 있지만 정말 작정하고서 시도하는 엄청난 거짓말을 소재로 한 영화 중 하나가 <굿바이 레닌>입니다. 선의의 거짓말이라곤 하지만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 규모의 거짓말이에요.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면 그 속에서 가족들 사이의 정이 느껴지고 이념을 넘어선 사람들의 풋풋한 정이 느껴져요. <굿바이 레닌>이란 영화가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죠.
3. 2004년 <대단한 유혹>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외딴 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새벽녘에 당당한 모습으로 고깃배를 타러 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섬 주민들에겐 그런 당당함은 없습니다. 죽어버린 어업 때문에 이들은 고깃배 대신 조촐한 은행 창구 앞에 줄을 서서 연금을 받아야만 합니다. 현재 이들의 소원은 단 하나에요. 마을에 공장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구한 후 월급을 타 생활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섬에 의사가 있어야만 한다는 거죠. 의사가 없다면 공장은 그림의 떡에 불과해요. 그래서 이제부터 의사를 포획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눈물겨운 작전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을 상대로 해서 작당한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을 주요 소재로 하며, 그 거짓말들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통해서 사람들을 웃깁니다. 때 묻지 않은 순박함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과 그런 그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으면 웃음은 그냥 자연스레 흘러나와요.
그렇게 즐겁게 웃다보면 영화가 캐릭터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짓되고 가식된 삶이 진정 가치가 있는가?' 답이야 뻔하죠. 이 영화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도 그 답을 압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현실에서 실행하는 것은 별개에요. 사람들에게 웃음과 뿌듯함을 선사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지만 가만 살펴보면 영화 역시 그 뻔한 답을 절묘하게 회피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다비드 부탱)란 의사가 마을에 정착하게 된 사실과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게 된 사실 이면에는 진실의 힘 못지않게 거짓의 힘 역시 크거든요.
4. 영화 이후
1차 산업 종사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실은 아닌 모양이에요. 더욱 안타까운 건 우리네 농촌 드라마와 달리 <대단한 유혹>의 캐릭터들에겐 자신들의 생업에 대한 자부심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네요. 그만큼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고향과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위한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은 웃음과 함께 인간미를 체험할 수 있죠. 블럭버스터나 본격적인 장르 영화들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는 정말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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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유혹(La Grande séduction,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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