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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김기덕 영화의 리얼리즘과 탐미주의 :::


원호성 | 2004년 02월 17일
조회 4444



* 먼저 본인은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 <사마리아>를 관람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 논외로 칠 것임을 먼저 말합니다. 또한 이 글은 작성자인 본인이 바라보는 관점이므로 김기덕 감독 본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김기덕 감독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다. 아니, 전공이라기보다 그림이 좋아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몽마르뜨 언덕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김기덕의 영화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이미지가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그의 프랑스 체류 시절에서 나온 영화이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실제상황>의 초상화 화가, 미군부대앞 화방에서 일하는 <수취인 불명>의 지흠, 암자에 반야심경을 쓰는 노스님 등으로 화가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전 글인, 김기덕의 여성관에서도 말했듯이, 그의 영화는 지독하게 개인적이다. 그의 영화속 여성관은 직업군인을 거친 그의 남성적 사고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하였듯이, 그의 영화속의 회화적 이미지는 그가 거친 화가 라는 것에서 파생된 것임에 분명하다.

흔히, 김기덕의 영화를 리얼리즘(사실주의)으로 말한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이장호를 시작으로 배창호, 박광수, 장선우 등으로 리얼리즘의 계보가 이어져왔고, 최근에는 그 흐름을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임순례와 같은 감독들이 이어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김기덕의 영화를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작 일상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아낸다면, 아이러닉하게도 누구도 그것을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루해할 뿐이다. 리얼리즘이란 그래서 보통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감독을 칭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감독들의 카메라는 대개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진득하게 일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나 카메라가 지루한 일상을 영화적으로 편집할 수는 있지만 카메라가 과하게 난입할 경우, 현실을 가장한 영화의 틀은 깨지고, 그 때부터는 철저히 영화를 위한 영화가 되어 버림을 감독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면에서 김기덕의 영화를 리얼리즘의 계보로 인정하는 것에 나는 다소 난색을 표하고 싶다. 그의 영화는 어두운 부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영화를 구성하는 세계는 너무나 현실적이지 못하다. 자살하려던 여자가 악어(조재현)에게 붙잡혀 폭행을 당하며 살아가는 <악어>나,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처럼 보이는 새장 여인숙이 등장하는 <파란 대문>부터, 속세와의 인연이 없는 물위의 암자를 그려낸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까지, 그의 영화속 공간들은 현실적이지 못할뿐더러, 이미지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준다.

김기덕의 영화를 내가 이전글에서 '방관자적 탐미주의'라는 말로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기덕은 현실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의 영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현실과 떨어져있다. 한강다리 밑(악어)이나 새장 여인숙(파란 대문), 물위의 암자(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외에도 <섬>의 낚시터나 <해안선>의 군부대, <수취인 불명>의 시골 마을, <나쁜 남자>의 창녀촌, 이 모두가 철저히 현실과 떨어져 있다. 김기덕은 그 작은 공간 안에서 그들만의 현실을 그려낸다.

이창동의 영화나 1980년대의 리얼리즘 영화속에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사건의 원인이다. 그러나 김기덕의 영화 속 인간 군상들은 사회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소세계에서 그들의 욕망으로 인해 사그라져간다. <섬>의 사내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청년승은 모두 현실의 도피처로 낚시터와 암자를 택한다. 그리고 그 곳에 경찰이 들이닥치지만, 그것은 사회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들의 욕망에 따른 살인이 원인이다. 김기덕의 영화는 철저히 개인의 욕망을 따르고, 욕망에 의해 파멸을 맞는다. 너무나 사회가 배제된 그의 영화를 리얼리즘이라고 정의하기에는 그래서 무리이다.

그리고 김기덕은 그 소세계에 회화적인 이미지로 판타지와 같은 느낌을 준다. <악어>의 강물속 의자나 <파란 대문>의 다이빙 대에서의 정사나 여름에 내리는 눈, <섬>의 알록달록한 수중 낚시가옥들, <해안선>의 수조에 들어간 여자의 이미지처럼 공간뿐 아니라 색감과 설정을 이용해 그는 판타지를 표현해낸다. 김기덕의 영화가 강렬한 것은 이런 회화적 이미지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지만, 영화가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판타지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과, 현실을 판타지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이다. 어느 경우에든 판타지와 현실은 교차하게 되어있다. 김기덕의 영화는 저기에서 후자의 방식을 따른다. 제한된 현실을 그려내지만, 그의 영화는 강렬한 이미지로 생생히 관객의 뇌리에 기억되게 된다.

의도든 아니든간에 김기덕의 이러한 방식은 저예산 영화를 찍어온 그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화려한 볼거리 없이도 관객의 관심을 끄는 효과적인 수단임은 분명하다.






원호성
기타노 다케시. 사부.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케빈 스미스. 장진. 김상진. 왕가위. 우라사와 나오키. 타카하시 루미코. 강모림. 시오노 나나미. 솔제니친. 자우림. 불독맨션. 이승환. 조성우. 이동준. 히사이시 조. 안성기. 강신일. 조재현. 김호정. 장진영. 이정재.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 It's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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