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itation of Life | | | | |
 <괴물>을 보는 5가지 방법 :::
양유창 | 2006년 07월 18일
조회 11069
스크랩 1
요즘 주위 사람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다보면 꼭 듣는 말이 있다.
"<괴물>이 너무 궁금해"
멀리 칸느 영화제로부터 날아온 소식과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이미 낙점된 영화. 시나리오 단계부터 봉준호 감독의 천재성이 입증되었다고 충무로에 회자되었던 영화.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치가 하늘을 찌르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혹자는 <괴물>에 대한 지나친 홍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반감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과연 요즘 미디어에서는 마치 <왕이 남자>의 1200만 관객을 <괴물>이 깰 수 있다는 식의 <괴물> 찬양 일색이다.
<괴물>을 먼저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괴물>은 잘 만든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실제 영화는 조금 달랐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도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상투적인 부분도 있었다. 5가지 키워드로 이 영화를 살펴보자.
1. 처음부터 끝까지 반미영화
칸느 영화제에서 <괴물>이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언론들이 보도할 때 한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반미영화'라는 부분이다. 애초에 필자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초반에 잠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반미영화가 아니었다면 칸느에서 그렇게까지 주목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럽 영화제는 반미를 사랑한다. 그리고 남미 사람들 역시 반미를 좋아한다. 반미를 괴물과 함께 멋지게 그려낸 이 영화가 그 지역으로 수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한반도>가 아주 직설적으로 반일감정을 자극한 영화였다면, <괴물>은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반미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 남는 씁쓸한 감정은 약소국에서 살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약간 시대착오적인 면도 보인다. 바이러스를 통해 이라크 전쟁을 풍자한 것이나 취업 못하는 운동권 학생의 화염병 무기 등은 약간 유효기간이 지난 듯 보이기도 한다.
2. 괴물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괴물 자체에 너무 많은 기대를 갖지 말자. 그러면 만족할 것이다. 괴물이 컴퓨터 그래픽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챙이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괴물의 모습은 에일리언과 닮은 면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먹잇감을 자기 영역에 뒀다 먹을 정도로 머리가 좋은 놈이기도 하다.
올챙이를 모델로 만들어서인지 물에 입수할 때는 개구리처럼 한바퀴 뒤로 돌아 다이빙하는 것처럼 들어가고, 사람을 잡을 때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한방에 튀어 올라서 잡아버린다.
괴물을 디자인한 곳은 'Orphanage'라는 미국 회사로 <신 씨티>, <해리포터와 불의 잔>, <수퍼맨 리턴즈> 등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곳이다. 괴물에서 어떤 한국식 느낌이 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겠지만, 또 괴물 자체가 너무 헐리우드식 느낌이라 약간 식상하기도 하다. 또 괴물의 피부는 메탈틱한 느낌인데 칙칙한 한강과 잘 어울려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괴물은 영화 초반에 바로 등장한다. 한강 공원에 나타나고 사람들이 도망가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힘있게 연출된 장면이면서 정말 한강에 괴물이 나타나면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사실감마저 일으키도록 공들여 만들어진 장면이다. 이 장면의 사실감이 관객의 마음을 빨아들이는데 성공한다면 러닝타임 2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릴 것이다.
3. 시끌벅적 즐거우면서 슬픈 영화
<괴물>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는 의외로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과 <언더그라운드>였다. 왁자지껄하게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뭔가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고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죽음과 함께 슬픔이 밀려오는 영화. 여기에 이병우의 음악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단단히 한 몫 했다.
하층민 혹은 소시민이 주인공으로 그들의 운명은 정작 미디어와 반대쪽에 서 있다. 헐리우드 문법처럼 미디어가 사건의 진행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배반하고 그래서 비극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봉준호의 감성은 따뜻한 것이어서 비극 속에서도 정겨움과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또 장-피에르 주네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시끌벅적함도 떠오른다. 화려한 미술이나 세트가 아니라 그 기괴한 인물들의 모습은 <괴물> 속의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은 기존의 한국영화 속에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수성이다.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하거나 시종일관 어둡거나 밝기만한 영화들과 달리 <괴물>은 세련된 블랙코미디를 다양한 장르 속에 녹여낸 영화다.
4. 봉준호만의 유머
봉준호 방식의 웃음을 이야기할때 빼놓지 않고 회자되는 것이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펼쳐놓고 실제 길이를 재보는 장면일 것이다. 그만큼 봉준호는 일상 속의 소소한 것에서 집요함을 놓치지 않음으로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괴물>에도 봉준호식의 유머가 많다. 변희봉이 오징어 다리 10개를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한강의 차량 검문에서 동전 저금통을 쥐어주는 장면은 관객을 슬며시 웃음짓게 만든다. 그리고 이 웃음은 변희봉과 송강호가 연기하는 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해주고 또 관객을 동화시킨다.
5.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
<에일리언 2>의 미로가 베트남의 정글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있었고, <프레데터>가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는 평론가의 책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이 영화들은 그런 정치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괴물 영화였다. 그저 해석하기 나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괴물>은 다르다. <괴물>은 괴물을 모티브로 한국사회를 풍자한 정치영화이고, 엄마의 결핍 속에서 자라나는 여자아이의 성장영화이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못난 가장의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그 기저에는 블랙코미디가 자리잡고 있으며, 소시민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영웅 스토리가 기본 골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그저 하나의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괴물>이 개봉하면 많은 말들과 다양한 해석이 오갈 것이다. 복합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싶은 말을 재미있게 은유적으로 담아낸 영화. <괴물>은 관객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싶게 만든다.
자신의 전공에 따라 괴물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해부해보는 것도 즐거운 영화관람의 한 방법이지 않을까.
|
  
 |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
|
| Readers' Comments | | | | |
 | 반미영화라고 딱잘라 말할 수 있는 용기... milton75(massive meta) - 2006/07/31
| | 그냥 몇가지...
괴물의 디자인은 디자이너 장희철이,,,목업과 스케닝은 웨타스튜디오에서 했다는점...
플란다스의 개에서 휴지길이를 잰건 이성재와 그의 아내라는 점...
서버씩이나 돌리기에는 글이 너무 건질게 없다는점...
일개 블러거의 글이지만...개인적으로는 이쪽이 훨씬 읽을만함
http://blog.empas.com/seinund/list.html | |
| 후훗.. sysop(레이) - 2006/08/01
| | 그렇군요. 뭐 그런 사실적인 면의 오류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수정하지 않았을 뿐임..
님은 반미영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나요?
그 블로그 가봤는데 그냥 대학생이 레포트 쓴거 같던데요? | |
 내 의견 쓰기
| More Articles to Explore | | | | |
|
|
|
|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국가별 검색
가격대별 검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