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2004년 베스트

Imitation of Life

<거미숲> 2004년 베스트 :::

양유창 | 2004년 07월 07일
조회 9512

송일곤 감독은 001 CF에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전화통화하는
영화감독 지망 유학생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죠.

그는 그렇게 반짝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묻혀버릴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폴란드의 우쯔 영화학교를 다니면서
만든 단편영화 <소풍>으로 깐느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적 있는데,
그때부터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뭔가 일낼 사람으로 통하게 됩니다.

데뷔작 <꽃섬>은 지나치게 내면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평단의 찬사에 비해
관객들의 반응은 싸늘했지요.

단편영화 <간과 감자>나
<소풍> <꽃섬> 등에서 보여지는
송일곤 감독의 영화 스타일은
내밀하고 감수성이 뛰어납니다.
꽉 짜여진 구성에
형식적인 아름다움까지 추구합니다.

아마도 그는 완벽주의자인 듯한데요.
장면마다 정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유머가 없다는 점이죠.
미장센이나 시나리오, 연기를 끌어내는 방식
모두 다 깔끔하고 완벽합니다만,
위트가 부족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그가 성장하면서 차차 채워나가야 할 것이겠죠.

<거미숲>은 올해 한국영화 중
단연 베스트 1위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시나리오는 짜임새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유머가 부족한 게 흠이네요.

이 영화는 송일곤 감독의
첫번째 상업영화로 준비되었습니다만,
상업영화와 예술영화(그런 구분이 존재한다면)의
경계에 있는 영화입니다.

몇 년 전에 송일곤 감독과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그때 이런 말을 했었죠.
"한국에서 감독하기 참 힘들다"고.
은행 가면 신용카드도 안만들어준다고요.

제가 단언하건데
송일곤 감독은
머지 않아
신용카드가 필요없는 감독이 될 것입니다.

그 이름이 곧 신용일 테니까요.

<거미숲>은 그 자체로 훌륭합니다.
아마도 몇몇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송일곤의 실력이 100% 발휘됐다고 보지는 않아요.

송일곤 감독의 위트 있는 차기작을 기대합니다.

양유창
마음으로부터 그림을 그립니다. 무의식으로부터 시를 씁니다.
비밀스럽게 여행을 떠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운명과 미래를 혼동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떨어뜨린 책갈피에서 21세기가 느껴집니다. 그곳은 슬픈 신세계입니다.
이별이란 말은 너무 슬퍼 '별리'라고 말합니다.

BLOG: rayspac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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