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남자, 그가 죽인 부인의 시체, 그리고 실종된 부부의 아들. 사건은 잊혀지지만 비극의 집은 그대로 남아있군요.
흉가에 놀러 간 네 명의 여고생들, 불길한 기분 때문에 먼저 나온 이즈미. 몇 일 뒤 흉가에 남았던 친구들의 실종 소식이 들립니다.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이 '링'스럽게 변하고 종종 창백한 몰골로 나타나는 친구들. 공포를 피하기 위해 눈을 가리는 걸론 어림없습니다.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다 틀어막아야 해요. 정신병자로 살다 죽었던 이즈미의 아버지. 형사였던 아버지는 흉가사건을 맡고 난 뒤 지금의 이즈미와 같은 증세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즈미도 죽는 건가요?
아까부터 히토미는 등뒤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금방이라도 뒤돌아보면 나타날 것 같은 '그것'의 존재. 아까 낮에 있었던 오빠의 이상한 행동들, 만약 그것과 지금 등뒤의 '그것'이 연관된 거라면? 하필 이때 오빠가 살고 있는 기분 나쁜 집이 생각납니다. 그녀가 감당하기엔 등뒤에 있는 공포는 너무 거대합니다.
1. 무섭다
이불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는 완벽한 나만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발 끝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촉감. 이 안에 나만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지금 내 배를 타고 올라오는 존재.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어요.
기분 나쁜 검은 고양이로 가득 차있는 방안,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귀신과 눈높이가 맞았을 때의 섬뜩함. TV 모니터로 보이는 실체없는 그것의 정체, 실종된 친구들이 귀신이 되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기분 나쁜 남자 아이.
<주온>은 무서운 공포영화입니다. 기분 나쁜 이미지들이 총합은 모두가 강한 적중력을 보입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공간마저 귀신들이 놀이터가 되는 상황들은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드는 일급 공포들입니다. 귀신들의 원혼을 달래 줄 마땅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 밖에 없죠. 기고 만장한 귀신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합니다. 대낮이건, 형사 건 귀신들이 무서워 하는 건 없습니다.
2. 무섭지 않다
시간과 캐릭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펄프 픽션>식의 구조들은 이야기가 중첩될 때의 흥미로운 상황을 유도하지만 공포의 지속성에선 효과가 의심스러워요.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포는 계속 조성되지만 이전 공포들과의 연관성을 갖지 못합니다. 각각의 공포들이 모여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죠. 개인 플레이는 뛰어나지만 팀 플레이는 영 먹통인거죠. 120분의 긴 호흡이 필요로 하는 건 몇몇 스타플레이어의 개인기가 아닙니다. 전, 후반을 화려하게 플레이 한 거 같으면서도 실속없었다는 느낌. 바로 <주온>의 실속없는 헛발질과 다를 게 없죠. 덕분에 <주온>은 무섭지만 무섭지 않은 공포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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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무섭지만 무섭지 않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