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 笑客錢一體 : 웃음과 관객과 돈은 하나다

리뷰

<두사부일체> 笑客錢一體 : 웃음과 관객과 돈은 하나다 :::

강병융 | 2001년 12월 23일
조회 4411

<친구>를 제외하고 올해 개봉한 조폭 영화라 불리었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조폭이 등장만 한다. 조폭이 등장하는 웃기는 영화이다. <두사부일체> 역시 그러한 부류이다. 이 영화에서 조폭이 나오든 안나오든 그것 중요하지 않다. 단지 웃기면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의 사명은 관객 웃기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웃기면 그만이다. 웃기면 사람이 많이 들고, 사람이 많이 들면 돈이 된다. 영화가 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 예술이라고 칭해지면서 산업이라고 칭해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전(錢)때문이다.('문학 산업'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산업이라는 말은 영화의 꼬리에만 붙을 수 있다.) 바로 이 돈의 논리에 충실한 영화가 바로 연말에 극장가를 강타했으니 이름하여, <두사부일체> 부제를 달자면, '소객전일체'이다.

'플랫폼 시스템'은 이미 미국에서는 10년전부터 시작되어온 마케팅 전략의 하나이다. 일단 이 마케팅 전략을 쓰기 위해서는 작품의 질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작품의 수준이 낮은 영화가 이 전략을 무모하게 시도하면 제대로 개봉조차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시스템'은 실제 개봉일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 관객들의 입소문을 조장할 수 있는 대도시에서 유료 시사회를 여는 것이다. 그리고 개봉일에 그 효과를 톡톡히 보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만일 작품이 엉망진창이라면, 정작 개봉일날은 파리만 날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작품의 수준이 낮으면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전략. 특히 미국과 같이 개봉 첫주에 흥행의 승패가 확실히 갈리는 경우에는 이런 마케팅 전략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도 개봉 첫주의 흥행 여부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이런 시스템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두사부일체>가 '플랫폼 시스템'을 썼다니, 약간은 의외이다. 제작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영화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폭 영화라는 악조건(조폭 영화들이 이미 득세했고, 비판의 논조가 높은 시점에서 조폭 영화라는 장르는 당연히 불리하다.) 그리고 스타 없는 캐스팅(정준호, 정운택, 정웅인 누가 관객 몰이를 할 수 있으랴? 연기를 잘하고의 여부와는 무관한 일이다.), 대작들의 틈바구니(<화산고>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맞설 수 있을 것처럼 보이나?) 등의 이유로 이 영화는 '플랫폼 시스템'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영화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상황은 180도 달랐다. 유료 시사회를 한 첫주 5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6만명 더군다나 관객 점유율은 70% 이상 되었다. 그리고 개봉 첫주에 박스 오피스 2위, 관객 점유율 1위를 했다. 결국 앞서서 변칙 개봉했던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그럼 그 키는 어디 있을까? 바로 웃음에 있다. 철저하게 웃기기.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장편 시트콤이다. 상황은 작위적이고, 캐릭터는 극단적이다. 또한 영화는 로맨스를 삽입하고 있는 척 하지만, 그것은 웃기기 위한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정웅인과 송선미는 큰 사건 없이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것은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단지 두 연인의 관계를 웃기기 위해 설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둘의 포옹씬이나 데이트씬은 100% 웃음 덩어리이다. 정준호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정웅인과 송선미(A)의 행동이나 싸움 장면에서 돋보이는 둘의 중계 역시 가관이다. 결국 로맨스인 척 하지만 이는 단지 웃기기 위한 설정인 셈이다.

로맨스 뿐만 아니라 교육 문제를 밝히는 척(!)하는 부분도 역시 웃음 이상을 주지 않는다. 학교 내 폭력은 철저히 웃음의 소재가 될 뿐이다. 영화 초입 정준호가 학교에서 불량한 녀석들에게 당할 때, 관객들은 단지 웃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그리고 상춘고의 재단과 조폭과 연계되었다는 설정도 진부할 따름이다. 최후의 일전에 역시 웃기기는 쉬지 않는다. <조폭 마누라>가 결정적인 격튜에서 진지한 반면, <두사부일체>는 결정적인 결투에서 웃기고, 결말은 점프해버린다. 결국 웃음 주기를 완수한 뒤, 나머지 과정은 상상하라는 뜻. 결국 <두사부일체>는 철저히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일 조폭이 학교 가는 것보다 다른 직업이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웃겼더라면, 제작진은 그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생각하지는 쉽지 않고. 누가 봐라도 해도 <두사부일체>는 웃기다. 하지만 웃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웃기고 돈 벌고 끝난다.

강병융
오넷콜맨, 살바도르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하, 장 비고, 키애누 리브스, 정성일, 쿠엔틴 타란티노, 무라카미 류, 이무영, 존 드 벨로, 김영하, 로이드 카우프만, 장정일, 디지 길레스피
- 상기 거명된 자들을 한꺼번에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마시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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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Comments

	아 다들 재밌대는데... gacktc(이현주) - 2001/12/27

	내가 정말 정상이 아닌지... 이 영화 (두사부일체)보면서도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한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젠장.... 플랫폼 시스템으로 꽤 성공한 것도 정말 이해 안 간다... 내가 만약 그 유료시사회 갔음 정말 24명한테는 제발 그 영화 보지 말라고 도시락 싸들고 갔을게 분명한데...유료시사회에 가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못해 통탄을 금치 못할 상황이다.... 게다가 내가 느낀 건데.... 정말 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도 파악을 할 수 없었다... 나의 영화 이해능력이 이러케 딸리는지 몰랐다... 흐음.... 그 은근슬쩍 학교 얘기한 것도 정말 맘에 안 들었다.. 차라리 그럼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 보던가.... 정말 맘에 안 드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조폭영화 나도 꽤 마니 봤다... 그리고 매스컴에서는 두사부일체가 무슨 조폭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대는 둥....말이 많았는데...정말 그로 인해 매스컴에 대해 (그나마 쥐꼬리만큼 있던 )신뢰도 다 떨어지고 암튼 그런 영화였죠.. 이런 영화로 돈버는 건 정말 두사부일체에서 끝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영화 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거품빠지듯 사라질 게 뻔하니까요.. 영화만드는 사람들은 제발 영화만들기 전에 돈 생각 그만 했으면 합니다.. 자기 혼자 돈 벌고 끝낼 거 아니면 말이죠..

	음냐... oddyoong(강병융) - 2001/12/28

	장면 장면 웃기죠... 생각할 필요 없죠? 요즘 관객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냥 웃고 마는 것... 그것이 좋다 나쁘다... 라고 속단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늘 웃고 마는 영화만을 볼수도 만들수도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도 안되고...

	현주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cinexpress(원호성) - 2001/12/29

	영화가 웃고 넘어간다는게 나쁘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그러나 코미디가 신선도를 잃고 같은말을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할때 우리는 코미디란 장르를 외면할수밖에 없겠네요.

	저도 잼나게 봤죠... blra(안준현) - 2001/12/29

	조폭에도 종류가 있다 그리고 올해나온 조폭중에 가장 의리있는 조폭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려 두번이나 극장에서 봤음돠 근대 지루하지 않더군요 두번째 볼때는 처음에 못봤던 장면을 찾을수있었고 거기다 비평을 하라고 한다면 다른 영화들을 따라한 부분이있는 점이 아쉽다...그래도 약간의 공감과 웃음과 슬픔을 느낄수있는 영화입니다...돈내고 봐도 아깝지 않은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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