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타이탄> 어깨 힘을 빼고 보세요!

리뷰

<리멤버 타이탄> 어깨 힘을 빼고 보세요! :::

강병융 | 2001년 09월 19일
조회 3361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볼만한 영화가 있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헐리웃의 대표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만든 영화들이 바로 이런 영화 류에 손꼽히는 것이지요. 제리 브룩하이머는 철저히 재미나는 영화, 즉 오락 영화만을 고집합니다. 그가 그런 류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를 여흥 거리로 본다면 관객들에게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특히 평론가들이겠지요. 그들은 제리 브룩하이머의 그런 성향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영화를 보면서 평론가의 잣대를 들이밉니다. 만일 그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예컨대, 짐 자무쉬나 제인 캠피온이 연출하는 영화를 제작한다면 모를까요. 그러기 전에는 그의 영화를 오락 영화일 따름입니다. 아무튼 그의 영화는 눈에 힘을 풀고, 심지어는 팝콘 씹으며, 탄산 음료를 홀짝거리면서 보기 좋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그가 제작한 영화를 보고 즐거우면 제작자 입장에선 성공이고, 즐거움에 감동까지 얻는다면 정말 대단한 성공인 셈입니다.

암튼 저는 브룩 하이머가 제작하고 보아즈 야킨이 연출한 <리멤버 타이탄>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보아즈 야킨은 어떤 연출가냐구요? 예, 쉽게 말하면 우리 관객들에게 신인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들로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사뮤엘 L 잭슨이 나오는 <플래쉬>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지만, 우리 관객에게는 알려진 연출작은 없습니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2>의 각본가라고 설명하는 편이 가장 나을 것 같네요. 결국 야킨은 아직 확실한 자신의 영화 세계가 성립되지는 않을 듯 하네요.

<리멤버 타이탄>은 즐거운 영화입니다. 디즈니 제작이라는 것이 즐겁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증거인 셈이죠. '디즈니+브룩하이머'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깨에서 힘을 빼세요. 그럼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어깨의 힘을 빼고,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70년대 미국의 흑백 갈등이 심하던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버지니아(버지니아는 미식 축구에 열광하는 대부적인 주입니다.)의 T,C. 윌리암스 고교에 새로운 코치가 부임합니다. 그 이름은 분입니다. 새로운 코치가 온 것을 문제가 안되는데, 원래 그 윌리암스 고교는 백인 학교이고, 흑백 평등을 이유로 흑인과 백인이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설상 가상으로 분이라는 사람이 바로 흑인이라는 것이죠. 즉 원래 백인 학교에 흑인이 함께 공부와 운동을 하게 되었고, 미식축구라는 인기 만점의 경기에 흑백인이 한팀이 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팀의 코치는 흑인이고, 더군다나 잘나가던 원래 코치(백인)는 수비 전담 코치로 전락(?)하면서. 그러니 문제가 생기겠죠.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현명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흑인 코치 분은 백인 코치 요스트와 함께 팀을 슬기롭게 꾸려나갑니다. 그리고 버지니아 최고의 미식 축구팀을 만들고 전국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합니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즐거리입니다. 한마디로 휴먼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그 휴먼 드라마 속에는 얄팍한 감동만 존재하진 않습니다. 일단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비록 이 영화가 오락 영화이기는 하지만, 흑백 갈등을 화두로 던지면서 관객들에게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것이죠.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중심과 변방에 대한 것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것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편이죠. 그럼 배우들은 어때요? 덴젤 워싱턴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만큼 열심히 합니다. 젊음과 패기가 가득한 고등학생들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우리는 <리멤버 타이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인종간의 갈등, 가족 간의 사랑, 집단 이기주의, 우정, 그리고 동료애, 집단에서의 자기 위치와 역할 등을 말이죠. 그런데 이 여러 가지 생각들은 사랑이라는 대의로 뭉쳐집니다. 그래서 더욱 헐리웃적이며, 역설적으로 그래서 우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서로가 더욱 사랑한다면, 아마 문제도 없고,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영화의 결말이 관객들에게 살며시 미소짓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어깨에 힘을 빼세요. 그리고 이 영화를 보세요. 그럼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강병융
오넷콜맨, 살바도르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하, 장 비고, 키애누 리브스, 정성일, 쿠엔틴 타란티노, 무라카미 류, 이무영, 존 드 벨로, 김영하, 로이드 카우프만, 장정일, 디지 길레스피
- 상기 거명된 자들을 한꺼번에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마시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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