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결혼은, 미친 짓이다>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들


글: 강병융
2002년 05월 02일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관한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들…

질문1) 연희와 준영은 왜 섹스를 하는가?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개념에 대한 정의를 내린 사람은 심리학자 칼 융이다. 칼 융은 모든 남성에게는 여성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여성은 그와 반대라고 했다. 남자와 여자가 첫 눈에 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했다. 부연하면 남성의 경우, 어떤 여자를 보았을 때 자신이 지닌 여성성이 그 여자와 동일하다면, 무의식적으로 그 여자를 동경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을 ‘사랑’ 내지는 ‘첫눈에 반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여성은 그 반대가 된다. 한마디로 연희와 준영은 첫눈에 반한 사이, 즉 서로의 아니마, 아니무스에 딱맞는 사이이다. 그리고 그들의 섹스는 우로보로스, 그 자체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잘맞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남자와 여자가 지닌 본질적인 것에 사랑, 혹은 그 이상의 교감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혹 일부 관객들은 연희(엄정화)와 준영(감우성)의 섹스가 영화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의문을 지니기도 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 속에서 둘의 섹스는 둘의 합일, 우로보로스化를 의미한다. 그들은 섹스를 통해 하나가 되며, 일체된다.

질문2) 연희가 의사를 선택한 이유는?

연희가 준영 대신 의사를 남편감으로 선택한 이유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때문이다. 보통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것은 단순히 여자들이 멋진 남자를 동경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그 이상의 여성 성향을 내포한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성향을 지닌다. 그것은 멋진 남성에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딸이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일, 직장 내에서 남자 상사에게 의존하는 여직원, 아들에게 의존하는 어머니 등 광범위하다. 그리고 그 의존의 성향은 현대에 접어들수록 금전적인 것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다. 고로 연희는 의사를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신데렐라 콤플렉스 때문이다. 그가 의존할 수 있는 넓은 등을 지닌 남자가 바로 그녀의 남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연희는 그러한 안정을 얻은 후에, 사랑도 할 수게 된다. 만약 연희가 의사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준영과의 사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까?

*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유하라는 기성 시인이 만든 영화로 많은 이슈를 낳았다. 선정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남녀의 사랑에 대한 다른 시각을, 특히 여성이 지니고 있는 연애 심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어쩌면 이 작품은 홍상수 감독이 보여준 사랑 이야기들의 변주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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