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로우 북> 피터 그리너웨이 Q&Hint :::
라인지기 | 2000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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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Hint/ about Movie
Q 1> 영화 <필로우 북>은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 중 보기 드물게 분명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 스토리들은 그리너웨이 감독에게는 이례적인 지고지순한 사랑과 슬픔의 지극히 여성적 정조를 담고 펼쳐진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종종 마주치는 사랑과 복수의 멜로 드라마인가?
...'출판업자에 의해 아버지의 육체가 유린되는 것을 목격한 소녀, 성장 후, 자신의 연인마저 그 출판업자에게 희생당하지만 그를 자살시켜 복수를 마감한다....영화 <필로우 북>의 키 스토리
H> 육체를 종이처럼, 사랑을 펜처럼...영화를 읽는다/ 당신은 이 영화와 닮은 어떤 영화도 발견할 수 없다!
... 신이 진흙으로 처음 인간을 만들 때 / 먼저 눈을 그리고, 입술을 그리고, 남녀를 구별했다. 당신이 만든 인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각각의 이름을 쓰셨다. 당신이 만든 것이 맘에 들면 그 진흙 모형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영화 <필로우 북>의 대사중
육체는 예술가들이 2000년 동안 사용해 온 중요한 예술적 재료다. 영화는 사상이라는 옷을 입은 누드다. 난 인간의 구조, 모양, 부피, 무게를 다양한 영화언어로 강조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육체는 퍼스낼러티를 연구한 다음의 문제다.
- 피터 그리너웨이
"우리에게 자극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들,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들은 두 가지로부터 옵니다. 하나는 섹스이고 또 하나는 문학 즉 텍스트입니다. 전 이 두 가지를 결합했습니다. 육체는 책이 되고, 텍스트는 육체적인 엑스터시를 보여줍니다."
-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 <필로우 북>은 10세기 헤이안 시대의 여류 작가 세이 쇼나간의 '필로우 북'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나기코의 28년의 삶과 그녀가 쓴 13권의 책을 따라 전개된다. 즉, 사랑과 복수, 죽음과 성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문자'인 것이다. <필로우 북>에서 서예는 음성이고 제스쳐이며 얼굴 표정이다. 삶의 페이지에 써 내려가는 서예가의 손놀림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살아있는 향연을 보여준다. 자신의 역할을 결정하는 텍스트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배우들은 영화 속에서 그렇게 표현되고 만들어진다. 마치 고대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듯, 피터 그리너웨이는 우리를 텍스트의 환타지로 안내한다.
 인류에서 가장 먼저 문명이 일깨워진 지역의 하나인 중국의 회화는 '서예'에서 뿌리를 찾는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 서양에서의 글자는 음성의 기록에 불과하지만 동양에서는 사상과 감정의 응집이다. 동양에서는 공무원의 시험체계는 물론 모든 일상생활에서 '서예'로 그 사람의 됨됨이와 학문의 깊이를 파악했다. (서양에서는 오히려 전쟁터에서의 검술이나 지주의 세습만이 가능했던 시대에...) 피터 그리너웨이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한자'를 선택한다. 단지 사건을 나열하고 감정의 동선을 따라갈 뿐인, 흡사 음성의 기록에 불과한 다른 영화에 반기라도 들 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완벽한 감정과 사상을 담으며 살아있는 '이미지 텍스트'로서의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텍스트들은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육체 위에 쓰여진다. 방황, 순수, 백치, 무기력, 자기선전가, 연인, 유혹, 젊음, 비밀, 침묵, 배신, 잘못된 시작, 죽음... 13가지의 주제는 한 여자의 감정의 여정이기도 하다. 육체적 감각에만 의존하거나 혹은 현학적 사유만을 정립하는 작가주의 영화의 극단에서 피터 그리너웨이는 그 두 가지의 결합이 얼마나 눈부신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보고 느끼며 읽고 사유한다. 이 놀라운 감정의 동시반응들이 가능한 것 <필로우 북>이기 때문이다.
Q 2> 영화 <필로우 북>의 화면 분할은 새롭다 못 해 낯설기까지 하다. 스크린 안에 또 다른 영화가 펼쳐지는 느낌... 색상 역시 흑백과 칼라가 교차하는 등 일반 영화의 미학과는 전혀 다르다. 이 영화의 영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패션쇼에 참가한 듯한 의상의 젊은이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다. 짙은 립스틱에 검은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들이 그들을 환대한다. 방의 양 쪽 끝에 놓인 식탁, 골방에 보이는 두 줄의 침대, 은밀함과 일상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너웨이는 조용히 웃었다. "타이포 카페(The Cafe Typ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영화 <필로우 북>의 현장 스케치 중
"영화를 만들 때 가장 흥분되는 것은 카메라맨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예술적 방향에 따라 수천, 수백의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이죠. 필름은 1초 동안 24프레임으로 제한됩니다. 그 의미는 영화의 매 1초 동안에 우리는 24개의 다른 이미지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 이미지의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지만 1시간이 지나면 86,000개의 이미지를 이미 보았다는 것입니다."
-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는 필름의 예술이다. 한 컷, 한 컷 보여지는 시각의 이미지들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가진다. 컷과 컷 사이에 분할적 인서트 화면을 삽입시키는 몽따쥬 기법이 일반적 서사로 담아낼 수 없는 풍부한 감정을 영화에 부여했고 누벨바그 감독들의 점프 컷은 특수효과가 전무한 상태에서도 폭발적인 리듬과 다이내믹을 실어냈다. 그러나 그리너웨이는 단순한 편집의 기술을 넘어서 한 컷 안에 무한의 이미지를 담아낸다. 흡사 연극의 무대처럼 설정된 영화 속 공간들 - 침실, 식당, 출판업자의 인쇄소 등- 은 그 안에 혼재된 색상과 빛, 세트의 구성에 따라 일상과 비밀, 동양과 서양, 삶과 죽음의 극단의 이미지조차 포함시킨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마주치는 삶 역시 그러하다. 사랑과 눈물, 질투와 순수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다. 각각의 드라마를 가진 채...그리너웨이는 관객들을 그 드라마의 카니발로 초대한다. 다채로운 이미지를 즐기고 1초에 스물 네 가지의 매혹을 얻어가라고...
'HYPER- TEXT'는 디지털의 개념이다. 하지만 <필로우 북>을 통해 영화의 개념으로 침투된다. 컴퓨터의 아이콘들이 각각의 클릭하는 메뉴에 따라 다양한 텍스트의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내듯 <필로우 북>은 보는 관객의 정서, 시선의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스토리와 느낌을 전달한다. 화면 안에 또 다른 화면이 내포되고 외부의 거대한 화면과 내부의 화면은 별개로 진행된다. 마치 책을 읽을 때 독자의 머리 속에 수만개의 느낌이 스쳐가고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듯이 <필로우 북>은 관객에게 마법을 건다.한 여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들여다보듯이 그녀가 느끼는 생각의 전부가 펼쳐진다.
WITH GREENAWAY
Q. 영화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A. 한마디로 말하자면 단연 인간의 상상력이다. 즉, 영화를 다른 방법으로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현시대의 기술 혁신은 정말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것은 속속 영화에 응용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의 영화문법을 파괴하는 '새로운 영화'가 도래할 것을 믿고 있으며, 내가 그 새로운 세대에게 영향을 끼친 영화작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Q. 제작의 진행 방법에 있어서 묵묵히, 카메라의 뒤에서 배우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A. 난 영화 만들기를 즐긴다. 어디서 서, 어디에서 움직여, 어떤 식으로 행동하라는 간단한 지시는 내리지만 어떤 심리상태에서 연기하면 좋을 것인가는 이미 배우들의 머리 속에 철저하게 주입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본래부터 좋아하고 이런 꾸며진 세트에서 창조의 세계를 완성해 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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