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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인권 :::


원호성 | 2004년 02월 01일
조회 4899



※ 사진설명 : 플라스틱 트리 기자간담회에서의 김인권, 장소는 시네코아 옆 뎀셀브즈 3층

김인권이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참 이상하게 할 말이 많습니다. 고3때였습니다. 수능때문에 <주유소 습격사건>을 본 후 한참을 극장에 가지 않았었지요. (고3이니 그럴 수도 있을 때입니다. 아무튼 한 3주일 극장을 안 갔었답니다.)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 인천 오성극장(이후 씨네팝, 현재 없어짐)에서 <텔미썸딩>을 관람하고, 슬슬 송현시장을 돌아다니는데, 배다리에 위치한 인천 피카디리 극장(현재 역시 없어짐)에 걸려있던 <송어>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강수연이 나온다지..?

그 주말, 친구와 미림극장(오성극장 옆, 동인천역 뒤, 현재까지 남아있음)에서 <러브레터>를 재차 때려본 뒤, 슬슬 <송어>를 보러 피카디리 극장으로 갔지요. 그 영화, 사실 뭐 그리 재미있고, 잘 만들고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정말 매서울 정도로 추악해지는 인간들의 모습이 기억에 찐하게 남은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송어>는 그 내용보다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수연씨는 오히려 전혀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극중, 강수연의 남편으로 나온 이는 무명의 설경구였고, 강수연의 동생으로 나온 이는 역시 무명의 이은주였습니다. 산골에 처박혀 송어 양식장을 하는 설경구의 친구는 황인성(뜰 줄 알았는데, 교도소 월드컵의 알콜중독자 감독 이후 본적이..ㅡ_ㅡ;)이었죠.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배우는 이은주를 몰래 훔쳐보던 산에서 개 키우던 소년이었습니다. 어리숙한 모습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그 소년이 마지막에 엽총을 들고 광기에 미치는 모습은 정말 소름돋도록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소년이 바로 김인권입니다.

그리고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광복절에 방송된 모 방송사의 특집극에서 그 어리숙하지만 광기를 간직한 소년은 그대로 독기를 잔뜩 품은 일제시대의 소년으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아나키스트>의 순진한 막내로, <조폭 마누라>의 코믹한 말뼉다구로,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박하사탕>의 '국산품을 애용하자' 보안병으로 나와 1982년 설경구를 면회온 문소리를 되돌려 보내던 병사로, 에서 형사의 앞에서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인질의 귀를 자르던 살인자로,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서 신하균의 속을 썩이던 건달 동생으로 숨 가쁘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플라스틱 트리>의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발기불능의 이발소 주인을 거쳐, <말죽거리 잔혹사>의 생양아치 찍새까지 왔습니다. 그의 연기력, 동년배 배우의 그 누가 그런 연기력을 지녔을까요 도대체.....

처음 D대학 연극과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을 하더군요.
"전지현 싸인 받아와라"...ㅡ_ㅡ;
그러나 저는 그 대단한 전지현을 별로 안 좋아하는 특이체질이라..ㅡ_ㅡ;;;;
그러나 D대학에는 김인권이 있었습니다.

입학한 지, 한 달..학교 복도에서 4학년이던 김인권을 만났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며, 크게 제 깃수와 이름을 말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팬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1년만에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기자시사회 장에서 다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트리> 기자 시사회..김인권이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세 번, 그리고 복도에서 종종 얼굴을 보고, 그의 졸업작품을 학교에서 보고(부천영화제 출품작 <쉬브스키>) 그의 설명을 듣고, 여러 인터뷰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열정으로 가득 찬 배우다. 물론 김인권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무 나대는 것 아니냐, 배우 출신이기에 쉽게 영화가 알려지고 하는 것인데, 영화를 배우는 입장에서 왜 독립영화의 어려움을 모르느냐..등등..

그러나 김인권이라는 배우에게 감춰진 많은 면들, 솔직히 지금 20대 중반의 배우들 중에서 저렇게 많은 얼굴을 지닌 배우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약함과 잔인함, 순수와 광기, 귀여움과 재수없음의 극단을 오갈 수 있는 김인권. 그렇기에 그가 나오는 모든 장면장면과 모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생생하게 들려옵니다.

그가 직접 연출한 첫 장편영화 <쉬브스키>를 보면 그는 끊임없이 이상한 언어를 내뱉습니다. 지블리언이라고 하는 말이죠. 연극에서는 지블리쉬라고 해서 입을 풀어주고 발음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연습을 하곤 하는 말입니다. 그의 연기도 영화도 도저히 일반적인 잣대로는 평가가 불가능합니다. 그는 너무나 열려있고, 끊임없이 변하는 카멜레온이고, 규정되지 않은,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은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표현하는 것은 지블리쉬입니다. 누구도 그의 이름을 불러서 그를 '꽃'으로 규정하면 안됩니다. 무한히 열려있기에, 더더욱 변해야 하고, 나아가야 하기에 말입니다..







원호성
기타노 다케시. 사부.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케빈 스미스. 장진. 김상진. 왕가위. 우라사와 나오키. 타카하시 루미코. 강모림. 시오노 나나미. 솔제니친. 자우림. 불독맨션. 이승환. 조성우. 이동준. 히사이시 조. 안성기. 강신일. 조재현. 김호정. 장진영. 이정재.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 It's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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