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3번째로 큰 영화제가 된 "전주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라는 명색에 걸맞지 않게 시작부터 잡음이 요란하다.

본격적인 영화상영이 시작된 29일, 프린트가 엉키는 사고와 포커스가 맞지 않는 스크린, 사운드가 나오지 않는 시설 등 비록 1회 영화제이지만, 주최측의 성의를 무색케해는 사고들로 인해 전주를 찾은 많은 관객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전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수십건의 항의 게시물이 쇄도하고 있는데, 그 내용들은 대부분, "매표소를 찾을 수가 없어서 표를 구하기 힘들다.", "디지틀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편의를 위해 전혀 인터넷을 지원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불친절하다.", "시간지연이 너무 잦다.", "영화상영중 사고가 많다.", "지역색을 너무 강하게 드러내는 영화제다.", "초청장을 너무 많이 뿌려서 정작 영화를 볼 관객은 표를 구할 수가 없다." 등이었다.

실제로 전주영화제는 이전의 부산이나 부천영화제 보다 더 열악한 지역여건 속에서 치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극장이 한 곳에 밀집해있지 않아 부산의 PIFF광장처럼 영화제다운 분위기를 크게 느낄 수 없고, 또 부족한 극장 시설에서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지역시민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하고, 또 국제영화제로서 세계 속에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위에서 지적된 불편사항들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관객들의 여러 항의사항에 대해 영화제측은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안영화를 표방하는 전주영화제가 실제로 정말 '대안'이냐 하는 논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몇몇 프로그램은 기존 영화제에서 보던 것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고, 'N-비전'이나 '아시안 독립영화'의 상영영화들도 사실 기존 영화제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아무리 영화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대규모 국제영화제가 셋 씩이나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전주영화제는 첫 개막작 선정부터 지지부진함을 보였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영제: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이 과연 대안영화에 근접한 영화였는지도 의심스럽다. 필자가 생각하는 홍상수 감독은 영화의 초기 리얼리즘 양식을 계승한, 현대보다는 오히려 근대적 영화작가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제는 개막했고, 이제 일주일간의 여정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영화제를 위해 준비해온 많은 이들에게 이번 영화제가 세계적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 - 관객에 대한 무성의, 영화제의 정체성 등 - 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