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블러] 마땅했던 수차례의 커튼 콜과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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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블러] 마땅했던 수차례의 커튼 콜과 기립박수 :::

이종열 | 2002년 09월 04일
조회 3527

그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뮤지컬 팬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그 화려한 쇼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한동안 위축된 감이 없지 않았던 국내 뮤지컬 계는 [오페라의 유령]을 기점으로 다시 달궈지기 시작해 [갬블러](GAMBLER; 임영웅 연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02.08.17-2002.09.07)에서 드디어 용암을 분출해 냈다.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지난 99년 라이센스를 획득,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대성황의 공연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갬블러]는 시지각을 유혹하는 화려한 무대, 일급 배우들의 호연,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등 뮤지컬의 기본적인 요건을 완벽히 갖췄다.

먼저 무대는, 사치스럽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어우러지는 조명과 의상 등에 힘입어 품격 있는 고급 공간을 마련한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된 최적의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다음으로 캐스팅은 전혀 흠잡을 데가 없다. 요즘말로 '뮤지컬 드림팀'이다. 뮤지컬 계 국민배우 남경주(갬블러 역)와 최정원(쇼걸 역)은 훌륭한 성량과 물 만난 고기 같은 여유 있는 연기로 관객을 장악해 나가고 더 나은 뮤지컬 배우로서 내공을 쌓고 있는 허준호(보스 역), 김선경(백작부인 역) 또한 관객을 소름끼치게 한다. 이중 김선경은 최고의 목소리를 자랑한다. 그러나 다른 출연진들에 비해 극을 즐기지 못하고, 부담을 안은 조금은 정형화된 연기를 보인다. 반면 허준호의 연기는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김선경과는 반대로 그의 지나쳐 보이는 자신감은 조금 부담스럽다. 한편, 천연덕스러운 여성 연기로 무대의 긴장감을 풀어준 주원성(지지 역)의 깜짝 투입은 대중 뮤지컬로서 '갬블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 한국의 대표할만한 드림팀은 천상의 목소리를 자랑하고 하모니를 이뤄 상승한다. 'goldenkey' 'greenlight' 'nine by nine by nine' 같은 주옥같은 명곡이 그들의 몸 안에서 나오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여기에 본 뮤지컬의 원작 및 작곡자인 에릭 울프슨이 몸담았던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히트곡 'Eye in the sky' 'Time' 'Limelight' 'Games people play' 등이 편곡되어 더해져 보다 친숙한 무대로 관객을 이끈다. 흥얼거리며 적극적으로 극과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카지노를 배경으로 사랑과 배신, 욕망과 파멸의 쓴 인생 역정을 담아낸 [갬블러]는 따라가기 쉬운 연출과 빠른 호흡으로 대중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근래 보기 드물었던 진풍경인 수 차례의 커튼 콜은 마땅했으며 기립박수 또한 종용된 관례가 아닌 진심 어린 고마움과 존경의 표시였다. 만족스럽다. [★★★☆]

이종열
*취미-비디오 테잎 모으기, 영화일기 쓰기
*해보고 싶은 역할-엑파의 멀더
*내 인생의 영화-수자쿠
*이상형-스컬리+강철천사 쿠루미
*좋아하는 배우-소피마르소, 줄리 델피, 전지현, 조재현, 김유미
*감독-이와이 슈운지, 장선우, 에밀쿠스트리차, 키에슬롭스키, 기타노다케시
*싫어하는 것-아프다는 말, 로빈윌리암스 출연 영화, 가루약, 교복이 어색한 꼬질꼬질한 여중생, 스페이스 A의 루루, 양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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