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줄거리에 대한 언급은 영화 초반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곤 없지만 글의 내용상 영화 내용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니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있습니다. 아이가 커갔던 9년이란 시간은 그녀에게 행복이었지만 아이가 없는 지금, 9년이란 기억은 그녀에게 고통입니다. 현실의 모든 일을 놓아버리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요. 그런데 이 기억 모두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망상이라는군요. 그녀의 남편도, 그녀 주변 모든 사람도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한 사람의 소중했던 기억, 너무나 소중해서 자신의 현재마저 흔들리게 하는 기억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누군가의 기억을 부정한다는 건 단순히 '기억을 부정'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한 순간, 또는 긴 시간을 부정함으로써 그 사람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데 까지 얼마든지 의미가 확장될 수 있으니까요. 영화는 이 상황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의 부정된 기억을 되찾으려는 한 여성의 발버둥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수순이겠지만 휴먼 드라마가 아닌 탓에 중반부터 철저하게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집중하구요.
영화는 그런대로 볼만 해요. TV시리즈물인 'X파일'이 외계인을 비롯한 불가사의한 현상을 다루고, <식스센스>나 <디아더스>가 유령의 영역을 다루면서 인식의 한계(또는 세계관)를 확장시켰듯이 <포가튼> 또한 일반적인 인식의 한계를 확장시킴으로써 초반 제시됐던 의문의 실마리를 풀어 헤쳐 나가고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키죠. 그 과정에서 이끌어져 나오는 긴장감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관객들이 영화가 간직한 미스터리의 핵심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이 때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그 진실이 버거운 경우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진실이 우리가 갖는 일상적 사고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확장된 세계관의 영역 역시 똑같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어요. 스릴러와 미스터리가 혼합된 장르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로부터 논리를 강요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모든 영화적 상상력을 포용하는 논리라기 보단 관객들 스스로가 익숙한 상상력만을 포용한 논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의 일상적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소재는 외면당하는 진실과 똑같이 관객들로부터 내쳐질 수 있는 거죠. 감독 역시 그 부분을 의식했는지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끊임없는 암시를 제공합니다. 암시를 통해서 관객들의 예측 범위를 미리 넓히고 그들을 영화에 조금이라도 익숙하게 하기 위함이랄까요.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그러다가 서서히 좁혀오는 카메라 시점은 아예 처음부터 계속해서 나타나고, 중반부터는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서 그 무언가의 존재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치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에요. 뭐, 혹시 그들이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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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가튼(the Forgotten,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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