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최초의 토키 영화. 형사들의 범인 체포 장면을 보여주는 도입부는 전형적인 무성영화처럼 촬영되어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선 아주 세심하고 혁신적으로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다. 전화박스의 문을 여닫을 때 사운드를 조정하여 서스펜스를 만들어 낸다든지, 점점 작아지다가 갑자기 커지는 '칼(Knife)'이라는 낱말을 통해 여주인공의 심리적 불안감을 표현한 장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슈프탄 프로세스를 사용한 대영박물관 추격씬인데, 이 장면은 <파괴공작원>(자유의 여신상)과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러쉬모어 산)의 추격씬을 예감케 한다. 기술적인 면들 외에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히치콕이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주인공 앨리스는 관음적 시선의 대상이 되며(칸막이 뒤에서 옷을 갈아있는 장면), 성적 폭력(강간 위협)에 저항하려다 살인을 저지르고, 협박자에 의해 위협 당하다가, 권력을 가진 남성(경찰인 프랭크)에 의해 구원받는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죄를 짓고 남성에 의해 처벌받거나 구원되는 여성이라는 테마는 히치콕 영화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데, <협박>은 그 전형적인 구조의 시작격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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