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시간으로서의 우주에 대한 큐브릭의 탐색이었다면, <배리 린든>은 공간으로서의 우주이며, 18세기 오딧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큐브릭은 아일랜드 청년 배리의 인생유전 드라마를 일체의 감정적 요소를 배제한 채, 철저히 수학적이고 건축적인 공간으로 창조해 낸다. 부르주아의 제의(祭儀)로서의 전쟁은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배리의 결투로 집약된다. 줌 아웃을 통한 프레임의 경계변화는 회화에서 시작한 영화가 자신의 탄생에 대한 자의식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그것을 넘어서려는 듯이 보인다. 야외를 자연광으로 찍은 것처럼 실내의 조명으로는 촛불만을 고집한 그는 광선을 2배나 허용하는 NASA의 우주촬영용 특수렌즈를 사용하며 테크놀로지에 대한 전대미문의 완벽주의를 보여준다. 테마곡인 헨델의 [사라방드]와 나레이션의 조화 속에서 문학과 회화와 영화가 음악적 상태의 총화를 이루어내는 경이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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