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엿먹은

완전히 엿먹은 (1993, Totally F***ed Up)
미국 / 영어 / 퀴어, 드라마 / 78분

출연: 제임스 두발, 로코 벨릭, 수잔 베쉬드
감독: 그렉 아라키
각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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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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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아라키 감독은 1962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렉 아라키 UC 산타 바바라 대학을 졸업하고, USC영화과 대학원에 졸업하면서 LA에 정착하였다. 1984년 로드 무비에 관한 논문으로 USC대학원에서 MA학위를 받고 데뷰작 <밤거리의 난폭한 사람들>과 두 번째 영화 <긴 주말>을 약 5천불의 초저예산 흑백영화로 만들었다.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최소한의 스탭을 구성하여 허가받지 않고 거리에서 몰래 촬영한 후 도망치는 일명 '게릴라' 전법의 제작과정, 16미리로 촬영하여 35미리로 블로우업한 거친 입자의 화면은 오랫동안 그의 영화적 스타일이 되었으며, 퀴어성 정치학의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그렉 아라키를 90년대 인디펜던트의 최전선으로 규정짓게 만든 근원이다. 그의 세 번째 영화 <리빙 엔드>는 미국 인디펜던트 필름씬의 베테랑 존 조스트의 전폭적인 지원(그렉아라키의 이전 영화들을 인정한 존 조스트는 그에게 후지 칼라필름을 제공하고, 싱크사운드 장비를 빌려주었다) 아래 만들어진 최초의 칼라영화로, 프리츠 랑의 <우리는 한번 산다>, 니콜라스 레이의 <그들은 밤에 산다>, 조셉 루이스의 <건 크레이지>,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 테렌스 맬릭의 <황무지>. 고다르의 <비치광이 삐에로>의 90년대식 버전이며, 퀴어 시네마의 <네 멋대로 해라>이다. 스프레이로 뿌려진 슬로건 '빌어먹을 세상'으로 시작한 영화는 "미친 공화당 놈들로 가득찬 거대한 백악관 때문에 저세상으로 갔거나 아니면 앞으로 죽을 수 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바친다"라는 엔딩으로 끝날 때까지 HIV양성반응이라는 운명에 휩싸인 두 명의 게이 연인들을 LA도심의 도로 한가운데서 캘리포니아 해변까지 분노와 폭력으로 몰고 가며 일탈을 꿈꾼다. 그렉 아라키는 <리빙 엔드>를 통해 90년대의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아 가는 AIDS와 그로부터 발생 된 하위문화인 게이 컬처로 세상을 재편하여 진보와 저항에 대한 테제를 새롭게 정의 내리고 있으며 영화역사 속에서 억압된 현재로부터 벗어나 무언가 더 나은 곳을 찾아 헤메는 로드 무비의 전통을 절망적인 90년대식 무정부주의로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MPAA가 금지하는 모든 것을 도발적으로(그러나 핏빛 넘치는 유머로) 나타냄으로써 그해 가장 충격적인 영화로 기록되었던 <리빙 엔드>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는 쾌거를 거두었으며 그 성과는 '비벌리 힐즈의 아이들'류의 메인스트림 틴에이저 무비에 전면으로 항거하는 3부작 <완전히 엿먹은>, <둠 제너레이션>, <아무데도 아니다>를 완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그의 네번째 영화 <완전히 엿먹은>은 원래 <리빙 엔드>보다 먼저 촬영이 시작되었으나 제작비 문제로 <리빙 엔드>보다 후에 완성되어 개봉되었다) 마치 고다르에게 오마쥬를 바치듯 (남성-여성)처럼 15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미니 꼴라쥬로 만든 <완전히 엿먹은>은 그렉 아라키의 첫 번째 '아지트-퀴어' 이다. 그렉 아라키의 관찰적인 스토리텔링의 화면틀은 영화 속의 인물에 의해 찍혀진 흠 비디오 다큐멘터리로 교차편집되고,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장식하는 것은 냉소적인 고다르적 캡션들이며, 영화전편을 통해 흘러나오는 나인인치 네일스의 부트렉 사운드트랙은 LA의 10대 게이서브컬처를 형상화한다. 그래서 <완전히 엿먹은>은 그렉 아라키로 하여금 <리빙 엔드>로 단행한 성의 혁명을 한층 더 발전시켜 형식의 전복을 꾀하게 하는 영화로 자리매김을 한다. '대책 없는 무책임한 영화'(리빙 엔드), '또 다른 그렉 아라키의 흠무비'(완전히 엿먹은)와 같이 '그렉 아라키 최초의 헤테로섹슈얼 필름' 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둠 제너레이션>은 최초로 헤테로섹슈얼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키지만 마치 <필라델피아>나 <오랜 친구>가 스트레이트를 위한 게이 영화이듯이 결국 게이들을 위한 스트레이트 영화일 뿐이다. 그렉 아라키는 <둠 제너레이션>에서 헤테로섹슈얼 섹스를 묘사하고 있지만 그의 이전 영화들 속에 팽배해 있었던 호모 에로티즘은 다시 여기서 서브텍스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며, 미국 사회의 억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호모섹슈얼리티는 파피되고 헤테로섹슈얼리티만이 용인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성정치학을 규정지으려는 어떤 비평적 시도를 미리 예견하고 조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1백만 불의 제작비에 힘입어 완전한 스탭을 구성하여(그렉 아라키는 데뷰작부터 <완전히 엿먹은>까지 자신이 직접 촬영과 편집을 담당했었다) 35미리로 촬영된 <둠 제너레이션>은 그렉 아라키의 영화가 빛의 세계로 다가가는 진입로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렉 아라키의 영화에서 의미를 나타내지 못했던 색채는 핏빛의 붉은 색. 네온빛 그린 색, 불붙을 것 같은 오렌지색으로 채색되어 괴이하고 초현실적인 영화의 세트와 함께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어두움을 조명해주며, 이것은 그렉 아라키의 틴에이저 무비 3부작의 완결편 <아무데도 아니다>에서 한층 더 강화된다. 그렉 아라키는 <둠 제너레이션>을 통해 비로소 우회하여 <아무데도 아니다>로 더 빠른 속도와 혼란 스스러움으로 이전의 영화를 뛰어넘고 있는 셈이며, 바로 그것이 앞으로의 그의 향방을 다시금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하루에도 열 번도 더 살고 죽기를 반복하는 틴에이저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