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심적으로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았거나 이전부터 정신적 형평성이 부족했던 대상자가 거의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대상의 환영을 보는 일을 말한다.

이번에 좀더 넓어진 일본영화수입개방과 더불어 제8회 부산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일본영화 <도플갱어>는 우리 눈에도 익숙한 배우 야쿠쇼 코지가 출연하는 영화다. <쉘위댄스?>나 <바운스>, <실락원>, <우나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작품에서 일본의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한 코지는 나름대로 이번 작품에서도 이중인격의 모습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야쿠쇼 코지 이외에도 낯익은 얼굴이 또 하나 있다. <간장선생>에서 열연을 한 바 있으며 야쿠쇼 코지와 영화 속에서 매번 콤비로 잘 출연하는 이모토 아키라도 이번 영화에서 코믹적인 양념의 역할로 나타난다.

배우들의 연기는 배테랑답게 그런대로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야기를 보게 되면 스릴러나 공포로 생각하고 영화를 접하게 된다면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일본의 전형적인 아이러니컬한 정지의 코믹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이없는 설정과 3-2방식의 분할 편집은 <도플갱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효과를 최대한 살리려는 감독의 의도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일반관객들이 이러한 영화 특히 일본영화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러한 아이러니컬한 설정을 과연 이해할지가 의문이다. 영화는 상당히 표현과 주제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쓴 흔적들이 있다.

자신의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난다는 내용은 이미 드류 배리모어 주연에 동명의 1992년도 미국작품인 <도플갱어>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속편까지 제작이 됐지만 허접한 삼류 공포로 전락이 되었다. 그밖에도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내면의 다른 자아를 표현한 영화임에는 부정할 수 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신의 모습 외에 다른 자아가 다시 분신처럼 등장하여 생활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선악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정신심리분석학에서 기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이 더 복잡해지고 특히 요즘과 같은 경제불황과 자살 율이 높은 시대 속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와 투쟁을 하며 산다.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중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고 하자! 만약 필자가 그런 경우라면 그 지갑을 가질까 아니면 사물 보관함에 가져다 놓을까 하는 선택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플갱어는 선택의 분신 아니면 선택의 판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플갱어는 영화 속에서 항상 악으로 있지만 선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도플갱어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영화에서도 도플갱어를 통해 선택이라는 단어를 좀더 느끼게 한다. 어쩌면 시의 적절한 영화임에는 사실이다. 107분 동안의 영화상영 시간 동안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좀 더 생각한다면 그다지 무리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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