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겠네요. ㅡㅡ )

자! 여기에 불친절한 편의점 직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면 당신의 분노는 차곡차곡 쌓일 겁니다. 그러다 폭발해서 총을 들고 편의점으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끝까지 삭히고 삭혀서 아예 발효를 식혀 버리는 순둥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최후통첩은 냉장고 뒤에 숨어서 경찰을 부르는 일일 거예요.

데이브(아담 샌들러)가 경찰을 부를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총을 쓸 정도의 위인은 못 될 겁니다. 그런 순둥이가 잘 날아가던 비행기를 회항시킬 정도의 소동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법정은 그의 성질을 죽이기위해 '분노 치료사' 와의 상담을 명령합니다. 헌데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군요. 분노 치료사로 고용된 남자가 다름아닌 잭 니콜슨이거든요. <샤이닝>의 그 미치광이 잭 니콜슨 이라구요. ㅡㅡ

1. 1등 스타트

일단 초반 스타트는 훌륭합니다. 추진력은 기발한 컨셉덕분입니다. 소심한 성격 때문에 간이며 쓸개며 따 뺏기는 청년. 남자의 그것으로 상징되는 이 친구의 자존심은 한없이 나약하고 초라합니다. 영화는 이런 친구를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 속으로 던져 버립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남자의 좌충우돌이 펼쳐지게 되죠. 성질을 죽여 줘야 할 담당 의사는 오히려 데이브의 숨겨진 성깔을 끄집어 내지 못해 안달입니다. 관객을 점점 예상치 못한 상황 속으로 몰고 가는 <성질 죽이기>는 엉뚱한 번지수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호기심으로 바꿔 놓고 있습니다.

중반 페이스도 훌륭합니다. 밤길에 뒤통수 맞을 행동만 골라서 하는 '분노 치료사'의 엽기행각과 차츰차츰 '성깔'이 나오는 데이브 사이의 이완,수축 작용이 볼거리거든요. <총알탄 사나이 3>를 전작으로 가지고 있는 감독 아니랄까봐, 과장유머들로 태클이 걸리긴 하지만 잭 니콜슨, 아담 샌들러 두 배우의 장악력이 만회를 해주는군요.

2. 단거리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결승선에 다다라서 빈곤한 체력 때문에 뒤쳐지고 말아요. 단거리 경기였다면 기발한 컨셉과 듬직한 배우들 덕분에 금새 레이스의 승자가 되었을 일이죠. 하지만 이 경기는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시킬 수 있는 지구력이 관건입니다. 컨셉은 딱 중반 까지 밖에 효력이 없어요. 배우들이 해줄 수 있는 영역도 한계가 있죠. 중반 이후 더 이상의 진전없이 영화는 초반에서 했던 장사밑천으로 힘들게 연명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질 죽이기>의 엔딩은 가장 못마땅한 부분입니다. 물론 그런 식의 엔딩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몽땅 다 해피한 결말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발' 열차죠. 하지만 컨셉의 참신함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뻔한 매듭짓기는 그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TIP

우디 해럴슨, 헤더 그레이엄이 잠깐 등장하는군요.

저도 극장에서 팔걸이를 침범하는 옆사람은 싫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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