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제목부터 구리다. 상업적 매력이 없는 이 제목을 밀고 나간 이유는 무얼까? 그리고 이미 구린 제목 <휘파람공주>가 전국민적 무관심대로 망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인지도가 없었으니 중도에라도 제목을 바꿨어야 했다. 혹시, 설마, 베트남에서 대히트한 <찜>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북한영화시장을 노린 것?

하기야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위대하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에 젖는다고 울며 플래카드를 치워달라고 분노해했던 북한 젊은이들이 아니었던가. 이러하니 <싱글즈>보다는 <휘파람공주>나 <남남북녀>가 통일 전후 북한 청춘들에게 더 먹힐 것이다. 하지만 관람 후엔 자신들의 현실을 왜곡 묘사했다고 더 분개해할지도 모른다. 이 점을 하루 빨리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어서 되어야 한다. 하하.

<남남북녀>는 정초신의 연출의도가 매우 궁금하다. 과연 의도된 가벼움일까? 아니면 정말 대충 만들어 버린 걸까? 영화를 보다보면 참 쉽게, 빨리도 찍었겠구나 싶어진다. 왜냐하면 말장난이나 떼쓰기 코미디로 상황을 그냥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쉴새없이 웃기지도 않은 개그로 온몸을 불사르고(혹자는 그가 진정 망가졌다고 하지만 그는 '제대로' 망가지지 못해 어색했다.) '뻐꾸기를 날리기'(꼬시기) 위해 로맨틱과는 먼 '삽질'을 한다. 로미오 혹은 조(로마의 휴일)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그는 잘 느꼈을 것이다. 한편 공형진도 상황의 어색함을 메울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다른 영화에서 보던 애드립의 진수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 힘은 '사랑의 힘'이었다. 러브가 아니라 '김사랑의 힘!' 그녀의 연습 많이 한 듯이 보이는 북한 여대생 연기는 실제 같았다. 시종 진지한 연기가 좋았고 특히 중국 최고의 나이트라는 불야성에서의 댄스는 이제까지 내가 본 중 최고의 댄스였다. 그 장면을 <펄프 픽션>의 존 트라볼타-우마 써먼 댄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댄스와 함께 공테이프에 카피해 두고두고 보고 싶다.

감초 연기 허영란도 괜찮았다. 귀여웠다. 완성되었지만 아직 개봉 못하고 있는 그녀의 주연작 <강아지, 죽는다>를 어서 만나고 싶다.

그런데 정말 충무로의 재주꾼으로 소문났던 정초신이 <남남북녀>에서 의도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끝에 "영화가 끝났습니다"라고 말했기에, 나는 이 영화가 잠시나마 새롭게 보였다. 설마, 혹시, 의도된 날림 영화? 그는 컬트를 꿈꾼 것인가, 아니면 자기 연출력 과신인가? [★]

※덧붙이기
서핑 중 새로운 사실 발견! 2003년 4월 10일자 연합뉴스를 보면, 김사랑이 맡은 오영희 역은 원래 김현주(A)가 캐스팅 되었다가 한은정으로 교체됐음을 알 수 있다. 다행이다. 오영희역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사랑이 딱이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