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거리는 패기와 열정을 가진 세 젊은이. 산해(유준상), 상철(이선균), 동룡(안재환). 맨 주먹 밖에 없는 이들이 주머니 탈탈 털어서 '칵테일 바(bar)'를 차렸습니다. 그다지 참신해 보이진 않다고요? 음, 제가 말하지 않은 게 한가지 있었네요. 영화가 펼쳐지는 시대는 1977년. 소독차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아이들, 5시 국기 하강식, 야간 통금, 고고장, 복고 영화들이 우려먹은 게 또 뭐가 남았죠? ㅡㅡ 당시로선 전위적인 술집 '쇼쇼쇼'에 관객들이 부글거리는 일만 남았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지는...

1. 부킹까지 책임져야하는게...

'음주 가무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이미 <칵테일>과 <코요테 어글리>라는 에이스 웨이터들이 있습니다. 이제 막 업계에 진출한 신출내기 <쇼쇼쇼>가 흉내내려는 대상이죠. 스피커를 난타하는 음악들, 개성 가득한 조연들,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로맨스, 하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거머쥐는 주인공... 여기에 '복고적인 구경 거리' 까지... 어떤 식의 볼거리를 제공할지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갈지도 눈에 훤합니다. 이런 영화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는 것 보다는 철저하게 관객이 보고싶은 걸 보여 주는 서비스 정신이 필수겠죠.

하지만 생각만큼 <쇼쇼쇼>의 서비스 정신은 투철한 것 같진 않군요. '대한민국 최초의 칵테일 바'라는 거창한 명함만 믿고 들어오긴 했는데, 따분한 인테리어하며 해준다던 부킹도 무관심입니다. 문밖에서 외쳐 대던 '100% 부킹 보장'이란 맹세는 어디로 간 거죠?

손님이 주문한 술을 퍼붓는가 하면 테이블에 올라가서 현란한 댄스를 보여 주는 '코요테 어글리' 술집의 볼거리가 없어요. 영화는 고작해야 병 돌리는 요령을 배우는 지리한 훈련 과정만 '반복 재생'하거나 '재미'와는 상관없는 난장판 장면으로 시간을 떼우고 있습니다. 그럴듯한 칵테일 쇼를 보게 되는 건 후반부에 준비된 '쇼쇼쇼'라는 TV 프로에 출연 했을 때가 고작 이예요. 비장의 무기라도 되는 것처럼 내내 아껴 두었다가 '펑' 터트린 셈인데, 글쎄요.. 스포츠 중계 이상의 볼거리였다고 생각되진 않는군요. ㅡㅡ

2. 허수아비들의 사랑

<쇼쇼쇼>는 비단 빈곤한 볼거리에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매번 태클을 거는 지진한 로맨스가 정작 <쇼쇼쇼>의 숨을 끊는 치명타입니다. 산해와 윤희(박선영)의 로맨스는 딱딱하다 못해 아예 인공적입니다. 자신들의 사랑이 왜 절실한지, 왜 벽에 부딪히면서도 극복을 해야 하는지 캐릭터부터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본에 쓰여 있으니까 그냥 그렇게 하는 식이예요. 허수아비들의 사랑이니 형체만 존재할 뿐 감정의 냄새가 나질 않습니다. 배우들의 역량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였죠. 가장 활발한 피드백을 주어야 할 로맨스가 오히려 생기를 빨아먹고 있으니 영화가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었겠어요?

음... 취향의 문제일수 있겠지만 김 빠진 칵테일을 마시는 건 가능하면 만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

TIP

●● <쇼쇼쇼>의 무대인 1977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찰리 채플린이 죽었고 이리역에서 화약을 실은 열차가 폭발해 천여명의 사상자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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