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호러영화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감독이었던 토비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저(低)예산 호러의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게다가 제목이 주는 그 황량함과 더불어 이 충격적인 내용이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은 또한 이 영화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변태적인 가족에게 사로 잡혀 식탁 위에 올라갈 운명에 처한 청춘들이라니!! 이 얼마나 구미 당기는 멋진 소재인가? 토비 후퍼는 이 영화에서 정말 처절하리만큼 경제적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철저하게 특수효과는 배제시키고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사운드와 실제상황을 방불케하는 여배우의 비명소리, 그리고 귀에 거슬리는 전기톱의 굉음만이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을 주도하는 모티브이며, 거기에는 어떠한 꾸밈이나 감독의 자의적인 해석은 찾아볼 수 없다. 감독의 연출력이 빛나는 장면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 전반부 도살장 소의 눈을 클로즈업한 장면과 후반부 살인마 가족들에 의해 '도살' 당하기 직전 여인의 눈을 신경질적으로 익스트림 클로즈업시킨 장면은 무의식중에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한다. 특히, 인육을 먹는 장면에서는 왠만한 강심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가게 만들만큼 충격적이어서 '스플래터(Splatter)'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 근교의 정육점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의 3대에 걸친 살인마들은 인육을 구하기 위해 살인유희를 벌인다. 젊은이들을 도살하여 전기톱으로 토막내고 시체를 쇠고리에 걸어 냉동고에 저장하는 등 그들에게 잡히면 인간은 다른 고기와 다를 바 없다. 자본주의에서 몰락한 도살업자 가족들이 인간을 정육점 고기로 취급하는 등 희망 없는 현대 사회가 붕괴되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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