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가 원해 하기 시작한 일이지만 한 달에 한 번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쓴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더군다나 보통의 ( 이하도 이상도 아닌 어정쩡한 ) 영화를 보면 자판을 두드리는것조차 귀찮아 하는 탁군이기에 그 피로는 일종의 스트레스마저 수반한다. ( 마치 전문적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아님....칼럼이라니....내 주제에...허허 )

호러칼럼이라는 부분에 글이 올라가면서 신나서 호러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올리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맘때쯤이면 일반영화평도 하나쯤은 써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어째서 이런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참에 어제 본 '메트로폴리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얘길해볼까 한다.

탁군은 고백하건데,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신경성 두통과 신체적 피로의 연쇄효과에 의한 졸음으로 적어도 20분은 비몽사몽간에 봤으며, 최소 10분은 그대로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104분정도 되니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왜 이딴 글을 쓰고 있냐고 항의해도 할 말은 없다. 이 글은 위에서 말한 개인적 스트레스의 해소와 의무감에 의한 결과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 흐흠...할 말없으면 어쨌든으로 글의 전환을 꾀하는 영악한 탁군..--;; ) 영화 얘기를 해보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와도 어느정도 닮아 있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와도 닮아 있는 듯하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사이보그 ( A.I )의 이야기에 노동력을 로봇들에 빼앗긴 인간들의 반란과 거기에 휩싸인 주인공 인조인간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노동자와 지배계급의 대립이라는 해묵은 코드 안에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파멸'의 코드까지 겹쳐져 있다.

일견 무지하게 어렵고 진지해보이는 스토리지만 영화속에서 그러한 진지함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스펙타클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동화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까.

감독은 린 타로에 예전 '환마대전'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오토모 가츠히로가 스토리를 맡았다지만 이들은 원작이라는 거대한 벽을 뛰어넘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원작자 데츠카 오사무의 그것들이다. 박사님은 대머리에 얍삽 콧수염 아니면 뻗친 머리에 매부리코이고 눈 띵그란 주인공들은 애나 어른이나 다 이등신이다.

로크라는 멋있는 '악역'은 이 이등신 캐릭터에 의해 그 본연의 멋있음을 잃어버리고 희화화 되어버린다.

최근 나온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이 모두 극사실적인 실사영화에 가까운 모습의 캐릭터가 등장해서일까. 탁군은 이게 '만화'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은 정말 '영화'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 묘사에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

더군다나 3D로 작업한 듯한 '메트로폴리스'의 웅장한 모습마저 2D의 2등신 캐릭터들과의 부조화로 화면상에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시기적절하게 'I Can't Stop Loving You' 가 흐르면서 메트로폴리스가 폭삭 아작나는 장면은 웅장한 스펙타클과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연상시키는 음악의 사용으로 굉장히 멋진 장면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장면은 동시에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볼만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

때로는 단 한가지의 요소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망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면에서 '메트로폴리스'는 탁군과는 처음부터 궁합이 맞을 수가 없는 작품이 되었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