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주에서 가장 섹시한 지구 정복 작전,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자신의 종족을 퍼뜨려 지구를 정복하려는 황당한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너 어느 별에서 왔니?]는 SF의 웅장함과 섹스 영화의 에로틱함을 모두 웃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코믹하게 비틀어버린 독특한 장르의 영화다.

지금의 인류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과학 문명이 발달된 외계인들이 최첨단 홀로그램을 이용해 고작 한다는 일은 여성의 성감대를 가르치는 일이며, 지구 정복을 위해 특수 제작된 인공 성기는 흥분만 하면 매미 소리를 내 에로틱한 분위기를 깨 버리기 일쑤다. 특히 이 영화는 SF 영화들이 가졌던 터무니없는 사이즈와 과도하게 포장된 신비감을 확실히 깨어 버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데, 예를 들어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한 도시를 삼켜버릴 듯한 엄청난 크기의 비행접시를 타고 왔던 외계인들이 이 영화에서는 지나가는 비행기의 화장실 변기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기존의 장르적 공식을 모두 해체하여 상상치도 못한 엉뚱한 상황을 돌출 시키는 [너 어느 별에서 왔니?]는 저질 유머에서 벗어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웃음을 맛보게 한다.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한 미적 감각으로 손질된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어떻게 하면 여자랑 잘 수 있을까' 만 고민하는 외계인의 좌충우돌 코메디 [너 어느 별에서 왔니?]는 꼼꼼한 촬영 기법과 세트 디자인으로 영화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다듬어진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자기 복제로 성기는 쪼그라들고, 모든 감정은 학습되어 정복욕만 남아버린 외계인의 행성은 광고 촬영에 주로 쓰이는 10mm 광각 렌즈로 찍어 모든 사물이 조금씩 뒤틀려 왜곡되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반복된 복제와 학습으로 개체의 개성은 몰살된 이 행성은 왜곡된 이미지와 함께 검정과 회색의 무채색으로 채색돼 더욱 획일화된 모습을 나타낸다. 또한 어느 방향에서 빛이 나오는지 알 수 없게끔 완전히 그림자를 없게 한 이 행성만의 특별한 조명은 행성내의 모든 움직임 자체를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게끔 했다.

이에 반해 풍부한 캐릭터들로 가득 찬 지구의 모습은 주인공 여자 '수잔'의 친구들을 통해서 대변되듯 하나같이 컬러풀한 의상에 개성 있는 코디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너 어느 별에서 왔니?]는 무엇 하나로도 통일할 수 없는 넘치는 개성과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지구의 모습과 우리보다 1000년 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획일화된 외계 행성의 모습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