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부세미는 이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배우이자 감독이다. 연기를 하기 전까지 그의 꿈은 소방수가 되는 거였고, 뉴욕 맨해튼에서 연기학원을 다니던 시절 4년간 소방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부세미는 친구와 함께 직접 각본을 쓰고 연기하면서 뉴욕의 비주류 연극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빌 셔우드의 독립영화 <최후의 섬광 Parting Glances>에서 에이즈에 걸린 라커로 출연하며 영화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후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희극적인 페이소스를 지닌 아웃사이더로 독특한 이미지를 쌓았다. 출연분량이 짧든 길든 그가 함께 작업한 감독들은 주로 비주류파 감독들. 거의 처음으로 주연급을 맡은 알렉산드르 록웰의 <수프 속에서 (In the Soup>를 비롯해 짐 자무시의 <미스터리 트레인>, 마틴 스콜세지의 <뉴욕스토리>, 톰 디칠로의 <망각의 삶>등등. 쿠엔틴 타란티노를 독립영화 출신 스타감독으로 만들어준 <저수지의 개들>에서 약간 방정맞은 미스터 핑크로 분한 부세미는 인디펜던트 스피리트 최우수남우조연상을 받으며 독립영화계의 스타배우임을 새삼 입증했다. 게리 플레더 감독의 <덴버>에선 정장 양복을 단정하게 빼 입고 중절모까지 쓴 킬러로 등장해 과장된 비장미로 실소를 자아낸다. 나오는 장면을 다 합해야 10분이 채 못 되지만 무표정하면서도 희극적인 특유의 표정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 존 카사베츠를 좋아하는 그는 칸영화제에 <트리스 라운지>를 출품하면서 독립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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