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콘크리트와 휘어진 철근, 찌그러진 드럼통 속에서 타오르는 모닥불. 한 소년이 카라바지오가 그린 주(酒)신 박카스를 바닥에 깐 채 자신의 몸을 그림에 비벼 댄다. 무너진 건물 구석에서 팔뚝에 주사 바늘 박는 소년. 이젠 폐허가 된 공장, 물탱크에 하릴없이 돌을 던지는 소년들. 영화의 시작을 여는 이 화면은 수퍼 8mm를 35mm로 확대해 먼 미래에 우연히 발견된 오래된 필름을 보는 것처럼 황량하고 메마른 느낌이다. "대영제국의 몰락"이라는 제목은 이민하는 빅토리안 가족을 그린 포드 매독스 브라운의 그림에서 따온 것으로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미래의 현재를 꿈꿨던 과거'이다. 영화 전면에 대처정권의 횡포―사회와 문화에 대한 획일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이 만들어낸 모든 것―에 대한 분노가 묻어 있다. 마가렛 대처를 구원하기 위해, 더 이상 영국을 망치지 않도록―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닐 테지만―영화의 어두운 이미지들은 강력하게 고발하고 있다. 감독은 암울함 속에서 하나의 길을 찾으려고 발버둥친다. 황폐한 미래의 비전들 사이사이에 벡사일에서 휴일을 보내는 저먼 가족의 수펴 8mm 촬영 필름의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자전적인 것들과 함께 획일적이고 숨막히는 사회에 대한 개인적인 묵시록을 단선적이지 않게 펼쳐 보이고 있다. 대처가 사라지게 한 영국의 모습을 다시 재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절망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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