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인 사랑은 불가능한 사랑과 동일어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불가능함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스스로 부서져 내리기도 한다. 기독교 순교자 성 세바스찬의 삶을 데릭 저먼은 자신의 개인적인 역사를 투영시켜 동성애적인 코드로 읽어 낸다. 일반상업영화에서 늘 여성의 신체를 엿보는 입장이었던 관객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남성의 신체를 훔쳐보는 자로 위치가 바뀐다. 느린 화면으로 보여지는 조각 같은 세바스찬의 몸과 해변에서 물장난을 하는 남자들의 육체는 과연 아름답다. 세바스찬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세베루스는 종교적인 이유로 군사 훈련을 받지 않으려 하는 세바스찬을 사막에 묶어 둔다. 사막에 묶인 채 누워 있는 세바스찬이 신―몸이 보이지 않는―에게 보내는 사랑의 시와 세베루스가 세바스찬에게 보내는 강제라도 이루고 싶어하는 절망적이고도 파괴적인 사랑이 왠지 자꾸 겹쳐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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